신호등 없는 동네 사거리입니다. 3시 방향 길에서 A씨가, 6시 방향 길에서 B씨가 각각 직진으로 교차로에 들어오다 한가운데서 부딪혔습니다. A씨는 “같은 폭 사거리에서는 오른쪽 차가 우선이니 B씨 잘못”이라고 했고, B씨는 “A씨가 교차로 앞에서 좌우를 안 보고 속도도 줄이지 않고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정보포털에 실린 신호 없는 교차로 사고 사례(도표 차12-1)를 재구성한 예시입니다. 등장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B씨 쪽에서 보면 A씨 차는 오른쪽에서 왔습니다. 도로교통법은 신호 없는 교차로에 두 차가 동시에 들어가려 할 때 오른쪽 도로의 차에 양보하라고 정합니다. 그래서 A씨 말대로 A씨에게 우선권이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100대0이 아니라 A씨 40, B씨 60이었습니다. 우선권이 있어도 40이 남는 이유, 그리고 그 숫자가 움직이는 조건을 정리합니다.
예시 사고의 실제 판단 — 우선권이 있어도 40
두 사람 보험사는 도로교통법 26조에 따라 오른쪽 도로의 A씨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보고, 기준표 차12-1의 동시 진입 기본값 A 40 : B 60을 제시했습니다. 두 차 모두 교차로 앞에서 일시정지하지 않았고, 속도 차이나 서행 위반을 입증할 자료도 마땅치 않아 가감 요소는 붙이지 않았습니다.
포털에 실린 변호사 의견은 “오른쪽 차 우선권은 절대적이지 않다”였습니다. 신호 없는 교차로에서는 모든 차가 서행하고, 좌우를 확인하기 어렵거나 통행이 잦은 곳에서는 일시정지해야 할 의무(도로교통법 31조)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권은 양보를 받을 권리일 뿐 확인 없이 들어가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블랙박스에 찍힌 진입 정도와 속도를 볼 때 기본값이 합리적이라고 봤고, 결과는 40대60 그대로였습니다.
A씨의 “오른쪽 차 우선”도, B씨의 “A씨가 안 살폈다”도 각각 일부만 반영된 셈입니다. A씨의 우선권은 60대40이라는 차이로, B씨의 주장은 A씨에게 남은 40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B씨가 A씨의 속도를 증명했다면 A씨 쪽에 더 붙을 수 있었는데, 그 증명이 안 됐기 때문에 기본값에 머물렀습니다.
먼저 들어갔는지가 숫자를 가장 크게 바꾼다
기준표는 동시 진입 말고 두 가지 경우를 더 둡니다. 오른쪽 A씨가 먼저 교차로에 들어갔다면 A 30 : B 70, 왼쪽 B씨가 먼저 들어갔다면 A 70 : B 30입니다. 도로교통법 26조 1항이 이미 교차로에 들어간 차에 우선권을 주기 때문에, 먼저 들어간 쪽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유리해집니다. 오른쪽이라는 우선권보다 먼저 들어갔다는 사실이 더 무겁다는 뜻입니다.
단서가 하나 있습니다. 선진입 사실이 명확히 확인될 때만 이 기준을 쓰고, 애매하면 동시 진입으로 봅니다. 그래서 “내가 먼저 들어갔다”는 주장은 블랙박스나 CCTV로 보여줄 수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충돌 지점도 판단에 쓰입니다. 교차로 한가운데를 지나 반대편 쪽에서 부딪혔다면 그 차가 이미 상당히 들어와 있었다는 정황이 되고, 진입 직후 교차로 입구에서 부딪혔다면 막 들어오던 순간이라는 정황이 됩니다.
이 기준은 두 길의 폭이 비슷한 교차로에만 씁니다. 한쪽 도로가 명확하게 넓으면 다른 기준을 쓰고, 한쪽에 일시정지 표지나 일방통행 표지가 있으면 그 표지를 지켜야 하는 쪽의 과실이 커지는 별도 기준(차7-1, 차7-2)이 적용됩니다. 동네 교차로라도 바닥에 “정지” 글자나 정지선이 있는지 사고 직후 사진으로 남겨 두는 게 좋습니다.
두 차가 모두 직진이었는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이 기준표는 양쪽이 직진하다 부딪힌 경우의 숫자이고, 한쪽이 교차로에서 좌회전이나 우회전을 하던 중이었다면 과실비율정보포털에 별도의 기준표가 있어 숫자가 달라집니다. 사고 직후 “나는 직진이었다”고만 말하면 나중에 상대가 “그 차는 좌회전하려고 왼쪽으로 붙어 있었다”고 하는 식으로 유형부터 다투게 됩니다. 방향지시등이 켜져 있었는지, 차가 차로 안에서 어느 쪽에 붙어 있었는지가 영상에 남아 있으면 이런 다툼이 짧아집니다. 사고 유형이 정해져야 기본값이 정해지고, 기본값이 정해져야 가감 요소를 다툴 수 있다는 순서를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 진입 상황 | 오른쪽 도로 A | 왼쪽 도로 B | 근거 |
|---|---|---|---|
| 동시 진입 | 40 | 60 | 도로교통법 26조 3항 — 동시면 우측 차에 양보 |
| A가 먼저 진입 | 30 | 70 | 26조 1항 — 먼저 진입한 차 우선 |
| B가 먼저 진입 | 70 | 30 | 26조 1항 — 왼쪽이어도 먼저 들어가면 우선 |
| 선진입 불명확 | 40 | 60 | 동시 진입으로 봄 |
| 일시정지·일방통행 표지 있음 | — | — | 이 기준 미적용 (차7-1·7-2) |
서행하면 10이 빠지고, 과속하면 크게 붙는다
가감 요소는 많지 않습니다. 양쪽 모두에게 같은 항목이 적용됩니다. 교차로 앞에서 서행하거나 일시정지한 쪽은 10%%가 빠지고, 현저한 과실(전방·좌우 주시 소홀, 휴대전화 등)은 10%%, 중대한 과실(음주, 큰 폭의 과속 등)은 20%%가 더해집니다. 예시 사고에서 B씨가 일시정지했다는 게 영상으로 확인됐다면 50대50이 됐을 것이고, A씨가 일시정지했다면 30대70이 됐을 것입니다.
법원 판단을 보면 과속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기준표에 실린 대전고등법원 2002나5536 판결은 왼쪽 차가 제한속도를 넘어 교차로에 들어온 사고에서 왼쪽 차 과실을 90%%로 봤습니다. 기본 60에서 30이 더해진 셈입니다. 반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가단290391 판결과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92가합1264 판결은 왼쪽 차의 주시 의무 소홀을 각각 60%%, 70%%로 봤습니다. 주시 소홀은 기본값 근처, 과속은 기본값에서 크게 벗어난다는 차이가 보입니다.
그래서 신호 없는 교차로 사고에서 블랙박스로 확인할 것은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누가 먼저 교차로에 들어갔는지, 교차로 앞에서 속도를 줄이거나 멈췄는지, 그리고 상대 차의 속도입니다. 상대 속도는 영상의 프레임과 지나간 거리로 추정할 수 있어서, 과속이 의심되면 보험사에 속도 분석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 상황 (동시 진입 기준) | 가감 | 결과 A : B |
|---|---|---|
| 기본 | — | 40 : 60 |
| B가 일시정지 후 진입 | B −10 | 50 : 50 |
| A가 일시정지 후 진입 | A −10 | 30 : 70 |
| B 휴대전화·주시 소홀 | B +10 | 30 : 70 |
| B 제한속도 크게 초과 (판례) | B +30 | 10 : 90 (대전고법 2002나5536) |
40대60이면 돈은 이렇게 나뉩니다
계산 구조를 보이기 위해 A씨 차 수리비 300만 원, B씨 차 수리비 200만 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설명용 가정치). 40대60이면 B씨 보험사가 A씨에게 300만 원의 60%인 180만 원을, A씨 보험사가 B씨에게 200만 원의 40%인 80만 원을 줍니다. A씨는 120만 원, B씨는 120만 원을 각자 부담하고, 자기차량손해 보험이 있으면 자기부담금을 내고 처리합니다.
교차로 사고는 측면 충돌이라 수리비가 크게 나오는 편이고, 사람이 다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치료비와 합의금도 같은 과실 비율로 나뉘어서, 과실 10% 차이가 대물보다 대인에서 더 큰 금액 차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차로변경이나 주차장 사고에서 같은 계산을 한 예는 차로변경 사고 글과 주차장 사고 글에 있습니다.
| 과실비율 (A:B) | A씨가 받는 돈 (수리비 300만 원) | B씨가 받는 돈 (수리비 200만 원) |
|---|---|---|
| 40 : 60 (동시 진입) | 180만 원 | 80만 원 |
| 30 : 70 (A 선진입) | 210만 원 | 60만 원 |
| 50 : 50 (B 일시정지) | 150만 원 | 100만 원 |
| 70 : 30 (B 선진입) | 90만 원 | 140만 원 |
동의할 수 없을 때와 사고 직후 할 일
보험사가 제시한 비율에 동의할 수 없으면, 먼저 어떤 기준표와 어떤 가감 요소를 적용했는지 근거를 받습니다. 그래도 다툼이 남으면 내 보험사를 통해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분쟁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청구할 수 있고, 별도 소송비용은 들지 않습니다. 한 해 11만 건 넘게 들어오는 위원회이고, 결정에 양쪽이 따르면 민사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 그 결정도 받아들일 수 없으면 소송으로 갑니다. 다툼 없는 대물 사고는 2주 안팎이면 끝나지만 다툼이 있거나 다친 사람이 있으면 몇 달이 걸립니다.
사고 직후에 남겨 둘 것은 교차로 전체가 보이는 사진입니다. 두 차의 정지 위치, 교차로 입구의 정지선이나 “정지” 표시, 일방통행 표지, 양쪽 도로의 폭이 한 장에 담기게 찍어 두면 어떤 기준표를 쓸지부터 다툼이 줄어듭니다. 내 블랙박스 영상은 덮어쓰기 전에 따로 저장하고, 주변 상가나 주차된 차의 블랙박스도 사고 당일에 부탁해 두는 게 좋습니다. 다친 곳이 없어 보여도 그날 병원 진료 기록을 남겨 두면, 며칠 뒤 통증이 생겼을 때 사고와의 관련성을 따지는 일이 줄어듭니다.
정리하면 같은 폭의 신호 없는 교차로에서 동시에 들어갔다면 오른쪽 40, 왼쪽 60입니다. 먼저 들어간 사실이 영상으로 분명하면 먼저 들어간 쪽이 30, 교차로 앞에서 멈추거나 속도를 줄였다면 10이 빠지고, 과속은 크게 더해집니다. 오른쪽 차라는 이유만으로 0이 되지는 않습니다.
이 글은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 인정기준과 공개된 판례·사례를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법률·손해사정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고의 과실비율은 개별 사정과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처: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정보포털 도표 차12-1 및 교차로 사고 사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가단290391, 대전고등법원 2002나5536,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92가합1264(기준표 수록) / 로톡 「교통사고 과실비율 정하는 기준과 확인법」 / 이투데이 「車보험 과실비율 분쟁 폭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