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주차장입니다. A씨는 통로를 따라 직진하고 있었고, B씨는 주차칸에서 차를 빼 통로로 나오던 중이었습니다. 두 차가 부딪혔고 둘 다 블랙박스가 없었습니다. 남은 건 주차장 천장의 CCTV 영상 하나였습니다. A씨는 “통로를 달리는 차가 우선이니 나오던 B씨가 가해자”라고 했고, B씨는 “주차장은 일반 도로가 아니고 나는 천천히 나왔는데 A씨가 빨리 달려와서 피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정보포털에 실린 주차장 사고 사례(도표 차51-1)를 재구성한 예시입니다. 등장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주차장 사고는 “여긴 도로가 아니니까”라는 말이 꼭 나옵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린 말이기도 합니다. 과실비율 기준에는 주차장용 기준표가 따로 있고, 기본값은 통로를 지나던 차 30, 주차칸에서 나오던 차 70입니다. 다만 일반 도로와 다르게 계산되는 부분이 있고, 사람이 다치거나 차를 긁고 떠났을 때의 처리도 도로와 다릅니다.
예시 사고의 실제 판단 — 결국 30대70
이 사고에서 보험사는 CCTV를 보고 A씨 속도가 과속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주차장이라도 안전운전 의무는 일반 도로와 다르지 않다고 보고, 주차장 기준표 차51-1을 적용해 A 30 : B 70을 제시했습니다. A씨 쪽이 요구한 50대50도, B씨 쪽이 주장한 “A에게 10% 더 붙여야 한다”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포털에 실린 변호사 의견은 근거를 조금 더 풀어 줍니다. 아파트 주차장에 바로 적용되는 도로교통법 조항은 없지만, 도로 밖에서 도로로 들어오는 차에 대한 규정(도로교통법 18조 3항, 일단 멈추고 안전을 확인한 뒤 서행)을 끌어와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무상 기본값은 나오는 차 70, 지나가는 차 30이고, 숫자를 움직이는 건 나오는 차가 통로에 얼마나 들어와 있었는지, 지나가는 차의 속도, 충격 부위라고 봤습니다. CCTV에서 이 세 가지가 특별하지 않았으니 기본값 그대로 정리됐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이 각각 반만 맞았던 셈입니다. A씨 말대로 통로를 지나는 차가 더 보호받지만 0이 되지는 않았고, B씨 말대로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오는 차의 책임이 가벼워지지도 않았습니다. 블랙박스가 없었는데도 판단이 가능했던 건 CCTV 덕분입니다. CCTV가 없었다면 양쪽 진술만으로 다퉜을 것이고, 그럴 때는 기본값에서 벗어나기가 더 어렵습니다.
왜 70인가 — 일반 도로보다 10이 낮은 이유
주차장 기준표 차51-1은 도로 밖에서 도로로 들어오는 차의 사고 기준(도표 244-1)을 가져와 쓰되, 나오는 차의 과실을 10% 낮춰 둡니다. 이유는 주차장이라는 장소의 성격입니다. 주차장 통로를 지나는 운전자는 양옆 주차칸에서 언제든 차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예상할 수 있고, 예상해야 합니다. 일반 도로에서 골목길 차가 튀어나오는 것보다 예측 가능성이 높으니 지나가는 차에게도 그만큼 주의 의무를 더 두는 것입니다.
이 기준은 지상 주차장과 지하 주차장 모두에 쓰이고, 주차장이 아니더라도 도로가 아닌 장소에서 비슷한 사고가 나면 준용합니다. 마트 주차장, 아파트 단지 안 주차 구역, 건물 부설 주차장이 모두 여기에 들어갑니다.
하나 알아둘 것은, 주차장은 도로가 아니므로 통로를 지나던 차가 오른쪽으로 붙어 다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실이 더해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통로 한가운데로 다녔다고 바로 불리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 때문에 피할 시간이 줄었다면 다른 항목(현저한 과실)으로 판단될 수는 있습니다.
| 구분 | 내용 |
|---|---|
| 적용 기준표 | 차51-1 (주차장 통로 주행 대 주차구획 출차) |
| 기본 과실 | 통로 주행 A 30 : 출차 B 70 |
| 근거 | 도표 244-1(도로 외 장소에서 진입) 준용, 주차장 특성상 출차 차량 10% 감 |
| 적용 장소 | 지상·지하 주차장, 도로가 아닌 장소의 유사 사고 |
| 관련 법규 | 도로교통법 18조 3항 (도로 밖에서 들어올 때 일단정지·안전확인·서행) |
숫자가 바뀌는 자리 — 후진, 급출차, 내밀고 기다리기
주차장 사고에서 가장 흔하게 숫자를 움직이는 건 후진입니다. 나오는 차가 후진으로 빠져나오면 뒤쪽 시야가 좁아서 과실이 더해지는데, 기준표 해설은 이 경우 5%를 더할 수 있다고 적습니다. 그래서 전진 출차는 30대70, 후진 출차는 25대75가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숫자입니다. 반대로 통로를 지나던 차가 통로에서 후진하다 부딪혔다면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움직임이라 지나던 차 쪽에 10%가 더해집니다.
나오는 차에게 유리한 항목도 하나 있습니다. 차 앞부분을 통로에 조금 내밀고 기다리다가 나가는 중에 사고가 났다면 나오는 차 과실을 10% 줄일 수 있습니다. 지나가는 차에게 “나 나간다”는 신호를 충분히 줬다고 보는 것입니다. 반대로 등화나 경적 없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급출차는 10%가 더해집니다.
지나가는 차 쪽에는 서행하지 않은 경우와 일방통행 통로를 거꾸로 달린 경우에 각각 10%가 더해질 수 있습니다. 양쪽 모두에 붙는 항목은 현저한 과실(5~10%)과 중대한 과실(최대 20%)이고, 둘 중 하나만 적용됩니다. 주차장에서는 휴대전화를 보며 천천히 움직이다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 현저한 과실이 자주 쟁점이 됩니다.
| 붙는 쪽 | 가감 요소 | 가감 | 결과 예시 (A:B) |
|---|---|---|---|
| 출차 B | 후진으로 출차 | +5 (최대 10) | 25 : 75 |
| 출차 B | 급출차 (등화·경적 없이 갑자기) | +10 | 20 : 80 |
| 출차 B | 차체를 통로에 내밀고 대기 후 출차 | −10 | 40 : 60 |
| 통로 A | 서행 불이행 | +10 | 40 : 60 |
| 통로 A | 통로에서 후진 / 역주행 | +10 | 40 : 60 |
| 양쪽 | 현저한 과실 / 중대한 과실 | +5~10 / +20 | 사정에 따라 |
100대0이 되는 경우와 사람이 다친 경우
기준표는 지나가는 차의 과실이 0이 되는 경우를 두 가지 적어 둡니다. 나오는 차가 등화나 경적 없이 갑자기 나와 지나가는 차가 도저히 피할 수 없었던 경우, 그리고 지나가는 차가 이미 충분히 떨어진 곳에 멈춰 서 있었는데 나오는 차가 와서 부딪힌 경우입니다. 멈춰 있던 차를 들이받았다면 멈춰 있던 쪽에 과실을 지울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판결도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나37411 판결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나가던 차가 갑자기 후진해 지나가던 차의 옆면을 들이받은 사고에서, 충격 부위 등을 근거로 나가던 차의 과실을 100%로 봤습니다. 옆면에 충격이 있다는 건 지나가던 차가 이미 그 자리를 지나고 있었다는 뜻이고, 그런 차에게 피할 의무를 묻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주차장에서 사람과 차가 부딪힌 경우는 기준이 더 분명합니다. 손해보험협회는 2022년 기준을 고치면서 아파트 단지, 주차장처럼 도로가 아닌 곳에서 보행자와 차가 부딪히면 차 100, 보행자 0으로 정했습니다. 그전에는 보행자에게도 10%를 두었는데 이를 없앤 것입니다. 주차장에서 아이가 뛰어나와 부딪혔더라도 보행자 과실을 다투기는 어렵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도로가 아니라서 달라지는 것 — 형사 처리와 물피도주
주차장이 도로가 아니라는 말이 실제로 의미를 갖는 곳은 과실비율보다 형사 처리 쪽입니다. 도로교통법상 12대 중과실 같은 처벌 체계는 도로에서의 사고를 전제로 해서, 주차장 사고는 대부분 보험 처리와 과실 다툼으로 끝납니다. 그렇다고 처벌이 없는 건 아닙니다. 사람이 다쳤다면 업무상과실치상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음주운전과 물피도주는 도로 밖에서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주차된 차를 긁고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떠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주차장이라 괜찮다고 생각하고 그냥 갔다가 CCTV로 찾아져 문제가 되는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부딪혔으면 차에 연락처를 남기거나 관리사무소에 알리는 것까지가 기본입니다.
블랙박스가 없을 때 할 일과 돈이 나뉘는 방식
예시 사고처럼 블랙박스가 없으면 CCTV가 거의 유일한 증거입니다. 주차장 CCTV는 관리사무소나 건물 관리 주체가 갖고 있고, 보관 기간이 짧은 곳이 많아 사고 당일이나 다음 날 바로 보존을 요청해야 합니다. 개인정보 문제로 당사자에게 바로 보여주지 않는 곳도 있는데, 그럴 때는 보험사나 경찰을 통해 확보를 요청합니다. CCTV에서 확인할 것은 나오는 차가 통로에 얼마나 들어와 있었는지, 지나가는 차의 속도, 그리고 충격 부위입니다.
돈이 나뉘는 방식은 일반 도로 사고와 같습니다. 계산 구조를 보이기 위해 통로를 지나던 A씨 차 수리비 150만 원, 나오던 B씨 차 수리비 80만 원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설명용 가정치). 30대70이면 B씨 보험사가 A씨에게 105만 원, A씨 보험사가 B씨에게 24만 원을 줍니다. 후진 출차라 25대75가 되면 A씨가 받는 돈은 112만 5천 원으로 7만 5천 원 늘어납니다. 차로변경 사고에서 같은 계산을 한 예는 차로변경 사고 과실비율 글에 있습니다.
| 과실비율 (A:B) | A씨가 받는 돈 (수리비 150만 원 기준) | B씨가 받는 돈 (수리비 80만 원 기준) |
|---|---|---|
| 30 : 70 (전진 출차) | 105만 원 | 24만 원 |
| 25 : 75 (후진 출차) | 112만 5천 원 | 20만 원 |
| 40 : 60 (차체 내밀고 대기) | 90만 원 | 32만 원 |
| 0 : 100 (A 정지 중 충돌 등) | 150만 원 | 0원 |
보험사가 제시한 비율에 동의할 수 없으면 차로변경 사고와 같은 경로를 밟습니다. 보험사에 어떤 기준표와 가감 요소를 적용했는지 근거를 받고, 그래도 다툼이 남으면 보험사를 통해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분쟁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청구하고, 그 결정도 받아들일 수 없으면 소송입니다. 주차장 사고는 수리비가 크지 않은 경우가 많아 과실 10% 차이가 몇만 원 수준이라면, 시간과 비용을 먼저 따져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이 글은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 인정기준과 공개된 판례·사례를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법률·손해사정 자문이 아닙니다. 실제 사고의 과실비율은 개별 사정과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출처: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정보포털 도표 차51-1 및 주차장 사고 사례 /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나37411 판결(기준표 수록) / 로톡 「후진·주차장 사고 과실비율 기준」 / MTN 2022.7.6 「아파트 단지서 교통사고 나면 ‘차량 과실 100%’ 적용된다」



